| 지난 20세기에 인류가 겪은 가장 큰 지구환경 변화중의 하나는 ‘지구온난화’ 현상일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 이례적인 혹서를 겪으면서 ‘지구온난화’ 또는 ‘온실가스 효과’같은 용어는 전 세계 인류에게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지구온난화는 그 현상 자체만으로는 우리에게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으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수반하는 자연 재해의 막대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상의 각 지역에서는 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막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각국의 연안지역이 침수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몰디브 제도나 마셜제도 같은 작은 섬나라들은 물 속에 잠겨버리게 되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1995년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1900년대에만 전세계의 해수면이 평균 23cm 가량 상승하였고 지구온난화의 추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약 2℃ 상승하고 해수면은 평균 50cm, 최고 1m 상승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래의 기후변화와 그에 수반되는 환경변화 추세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많은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적인 논쟁이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결과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리들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얼음은 우리에게 지구온난화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과학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자연 실험장으로서의 역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단체 월드워치(World Watch)가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해의 해빙은 1978∼1996년 사이에 6%가 줄었고 얼음 두께도 지난 30년 사이 30% 정도 얇아졌다. 그린랜드 빙하도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1993년 이후 매년 1m씩 얇아지고 있다. 알래스카의 콜럼비아 빙하의 경우는 1982년 이후 거의 13km를 후퇴하였고 1999년에는 하루에 25m에서 35m씩 후퇴하였다. 히말라야 빙하는 40년 내에 완전히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빙하의 감소 현상 때문에 전지구상 얼음의 약 91%가 존재하고 있는 남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관측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
약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남극대륙의 면적은 1,360만 km2에 이르고 이는 한반도의 약 60여 배에 달하는 크기이다. 이러한 남극대륙을 제7의 백색대륙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연평균 기온은 연안 지역에서 -10℃ 이하이지만 내륙 중앙부에서는 -55℃에 이르고 있다. 대륙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 덩어리를 빙상(氷床)이라고 하는데 남극 빙상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남극횡단산맥을 기준으로 동남극 빙상과 서남극 빙상,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빙상과 계곡 빙하들이 분포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남극반도 지역이다. 동남극에서는 빙상의 2/3가 해수면 위에 놓여 있는 육지를 덮고 있고 서남극에서는 빙상의 대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빙상의 평균두께는 2,160m이며 동남극의 가장 두꺼운 빙상은 4,800m에 달한다. 남극 얼음의 총량은 3,000만 km3이며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총 담수량의 약 70%에 해당한다. 남극 빙상은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빙상의 아래에 있는 육지의 표면경사에 따라 흐르는데 해안에 이르러서는 바다 위를 뻗어나가면서 점점 얇아져 바다에 떠 있는 빙붕(ice shelf)을 형성하게 된다. 로스(Ross) 해에 떠있는 로스 빙붕과 웨델(Weddell) 해에 있는 론(Ronne) 빙붕은 각각 약 50만 km2의 해수면을 덮고 있다. 남극에서 빙붕이 차지하는 얼음의 양은 전체의 약 2% 정도이다.
남극 얼음의 대붕괴
남극대륙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 바로 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남극반도이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남극반도의 서부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영국의 페러데이(Faraday) 기지(현재는 우크라이나의 베르나드스키(Vernadsky) 기지) 에서는 1945∼1997년까지 2.5℃의 기온 상승이 관측되었고, 동부 연안에 있는 아르헨티나 마람비오(Marambio) 기지에서는 1971년 관측이래 1.5℃의 기온 상승이 있었다.
남극반도 지역의 빙붕의 붕괴를 살펴보면, 남극반도 동부 연안에 있는 라센(Larsen)A 빙붕은 1995년에 완전히 붕괴되었고 라센B 빙붕은 1998∼1999년에만 1,714km2의 빙붕이 사라졌다. 1998년 10월에는 가로 25km, 세로 150km의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오기도 했다. 남극반도 서부 연안에 있는 윌킨스(Wilkins) 빙붕의 경우는 1990∼1992년 사이에 796km2, 1992∼1995년 사이에 564km2의 빙붕이 사라졌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빙붕의 대규모 붕괴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남극반도 지역의 기온 상승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단정하고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이 지역의 빙붕 붕괴 추이를 계속 관측하고 있다.
만약 남극의 빙상이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까? 서남극대륙의 빙상은 약 5m, 동남극대륙의 빙상은 약 60m의 해수면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전부 녹는다면 약 65m의 해수면이 상승한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고 할 때 남극 빙상이 과연 언제 어느 정도까지 녹을지를 예측하기란 현재의 과학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빙상의 붕괴 형태는 서남극과 동남극이 확연히 다른데, 이는 동남극 빙상 바닥이 해수면 위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서남극 빙상 바닥의 대부분은 해수면보다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서남극 빙상은 면적이 약 93만 2천 km2로서 한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라면 서남극 빙상은 앞으로 7000년이면 완전히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깊은 얼음 속의 기포
남극의 빙상은 우리에게 과거의 지구환경 변화에 대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냉동기록보관소’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남극의 얼음 속에는 수십 만년 동안 우리의 지구가 겪어 온 기후변화에 대한 기록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 정보들을 밝히려는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한 기록들이 얼음 속에 보존되어 있을까?
남극의 얼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지구환경변화에 대한 기록들이 보존되게 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남극 주변의 해양에서 증발하여 대기로 방출된 수증기는 남극 주??으로 떨어진다. 표층에 쌓인 눈은 계속해서 내리는 눈에 덮이면서 점점 깊이 매몰되고 일정한 깊이에 이르면 상부의 눈층에 의해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얼음으로 변형되기 시작한다. 표층 눈의 밀도는 대략 0.2g/cm3에서 0.4g/cm3이고 깊이에 따라 점차 증가하여 어느 깊이에 이르면 눈이 고화된 얼음으로 변형되면서 밀도는 0.83g/cm3까지 증가한다. 이 깊이에서는 눈 입자 사이에 있는 공기들이 고립되면서 얼음 속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깊이는 동남극 중앙에서는 대략 95∼115m에 이른다. 한번 얼음에 갇힌 기포들은 얼음으로 변형될 당시의 대기에 포함되어 있던 가스 성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얼음의 깊이가 더 깊어지면서 상부에 있는 얼음의 무게로 인해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게 되고 이때 기포들의 크기는 점차 작아진다. 기포의 크기가 더욱 작아지면 기포내의 공기 압력이 너무 커져서 공기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기체 성분들은 다공질의 결정체인 클라드레이트 수화물(clathrate hydrate) 형태의 고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기포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다시 공기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클라드레이트 수화물은 남극에 있는 미국의 버드(Byrd) 기지에서 시추한 얼음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우리는 남극의 얼음은 결국 남극 주변의 해양에서 증발된 수증기에서 기원하였다는 것과, 겨울에 강물이 얼거나 냉장고에서 물을 얼려서 만들어지는 얼음과 달리 빙상의 얼음은 수많은 기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과거의 기후변화에 대한 기록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남극 얼음을 분석하여 지구 표면의 기온변화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하자.
자연상태의 대기 중에 있는 산소와 수소는 대부분이 원자량이 16인 산소와 원자량이 1인 수소로 구성되어 있으나 원자량이 18과 2인 산소와 수소도 소량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량이 각기 다른 산소와 수소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남극 얼음을 구성하고 있는 물분자들의 산소 동위원소비와 수소 동위원소비는 눈으로 내릴 당시의 기온변화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산소 동위원소비의 변화(δ18O로 표시)와 수소 동위원소비의 변화(δD로 표시)를 분석하면 기온변화에 대한 과거의 추세를 거꾸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의 과학적 관측 결과에 따르면 기온 변화에 따른 각 원소비의 증감 관계는 뚜렷한 직선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기온이 하강하면 각 원소비가 감소하고 상승하면 역으로 각 원소비는 증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짧게는 여름과 겨울의 계절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것은 물론 길게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온변화에 의해 나타난다.

만약 짧은 계절변화를 연속적으로 분석한다면 남극에서 시추한 얼음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동위원소 질량분석기를 이용하여 남극에서 시추한 얼음 시료를 일정한 간격으로 연속해서 분석하여 얻은 산소와 수소의 동위원소비 변화율을 가지고 과거의 기후변화 양상을 복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얼음 속 기포에 갇힌 대기의 가스 성분 분석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눈이 변형되어 생긴 얼음은 쌓인 눈 입자들 사이의 공기가 갇혀 생기는 기포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기포에 있는 가스 성분은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포의 가스 성분을 분석한다면 수십 만년 동안의 대기 성분 변화과정을 복원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극지방에 있는 만년빙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과학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중엽의 산업혁명 이후 인간활동에 의해 대기로 다량 방출되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들의 농도를 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측정하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즉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958년부터 측정되기 시작하였고 메탄가스 측정은 1970년대 들어와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기 가스 성분의 직접적인 측정기간이 너무 짧아서 인위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자연 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대기 성분이 어느 정도 변질되었는지를 평가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였다. 하지만 남극 얼음 속의 기포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농도를 분석한다면 수백에서 수천년, 때로는 수십 만년 전의 농도까지도 알 수 있다. 얼음 기포 속의 가스 성분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라는 기기를 이용하여 분석한다.

이제부터 남극의 얼음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들의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서남극에서 시추한 얼음에서 분석하였고 메탄가스는 동남극에서 시추한 얼음에서 분석된 결과이다.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년 전에 비해 약 30% 증가하였고 메탄가스 농도는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농도는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증가의 원인은 바로 인간활동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8년 1월 동남극에 있는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해발 3,488m, 연평균 기온 -55.4℃)에서는 3,623m 깊이까지 얼음을 시추하였다. 이 깊이는 지금까지 시추한 남극 얼음의 최대 깊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 42만년 동안의 기후변화와 그에 연관된 이산화탄소 및 메탄가스 농도의 변화과정이 밝혀졌다. 남극의 혹독한 환경에서 빙상의 얼음을 시추하는 것은 첨단장비와 기술력, 그리고 막대한 물자,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일부 선진국에서만 얼음을 시추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스토크 얼음에 기록된 기후변화는 42만년 동안 네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고 있고 이러한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농도가 증감하고 있다. 이들 가스의 농도는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가장 낮은 농도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급격하게 변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네 번 반복되는 기후변화의 주 요인은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tch, 1879∼1958)가 제시한 지구궤도 변수의 변화에 기인하는 태양에너지 변동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농도 변화와 기후변화의 밀접한 관련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의 온도변화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바로 오늘날의 지구온난화에 이들 온실가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분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농도(∼360 ppmv)와 메탄가스 농도(∼1,700 ppbv)는 지난 42만년이래 자연적인 농도 변화 폭을 훨씬 초과하여 전례 없이 가장 높은 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인간활동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지구환경 파괴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보스토크 얼음의 기후변화 기록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 간빙기의 기온은 지난 42만년 동안 있었던 다른 간빙기와 달리 온화한 기후가 오랫동안 안정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우리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환경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류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혜택을 간과하고 오히려 지구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지구가 중병을 앓게 하고 있다. 그 폐해는 바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깨닫고 있기는 하지만 남극에서 나타나는 빙붕 붕괴 현상들과 남극 빙상 얼음 연구를 통한 각종 연구 결과들은 그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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